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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대가 넘으니 만나고 싶은 사람이 줄어드는 이유

    50대가 넘으니 만나고 싶은 사람이 줄어드는 이유

    토요일 오전, 휴대전화에 메시지가 하나 들어옵니다.

    오랜만에 얼굴 한번 보자는 말입니다.

    예전 같으면 달력을 먼저 열어보았을 텐데 요즘은 답장을 쓰기 전에 잠깐 망설입니다.

    싫은 사람도 아닙니다.
    만나면 반갑고, 한때는 자주 어울렸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선뜻 약속을 잡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습니다.

    약속이 없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만날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닙니다.
    다만 예전처럼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시간을 비워두고 옷을 챙겨 입고 먼 길을 나서는 일이 가볍지 않습니다.

    때로는 약속이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고 서운하기보다 마음이 조금 편해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 묻게 됩니다.

    내가 사람을 싫어하게 된 걸까.

    조금 오래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사람을 향한 마음이 식었다기보다 사람을 만나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젊을 때는 관계가 넓어지는 일이 자연스러웠습니다.
    학교와 직장, 동네와 여러 모임에서 새로운 사람을 계속 만났고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일은 내가 살아갈 세계가 넓어지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50대를 지나면서는 조금 달라집니다.

    이미 많은 사람을 만나보았습니다.
    어떤 만남이 편한지, 어떤 자리는 돌아온 뒤에도 오래 피곤한지 경험으로 알게 됩니다.

    사람을 많이 아는 것보다 누구와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가 조금씩 중요해집니다.

    연락처는 그대로인데 연락하는 사람은 줄어든다

    휴대전화 연락처를 열어보면 이름은 많습니다.

    한동안 함께 일했던 사람, 오래전 같은 모임에 있던 사람, 자주 식사하던 사람, 명절이면 안부를 주고받던 사람까지 수백 명이 남아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별다른 이유 없이 전화를 걸 수 있는 사람을 떠올려보면 숫자가 크게 줄어 있습니다.

    살아온 세월이 늘었으니 아는 사람도 늘었는데 실제로 만나는 사람은 오히려 적어졌습니다.

    관계에는 시간이 쌓입니다.
    동시에 각자의 사정도 쌓입니다.

    직장이 달라지고 사는 곳이 바뀝니다.
    하루를 보내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예전에는 같은 공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관계가 그 공간을 벗어나자 천천히 느슨해지기도 합니다.

    누가 잘못한 것은 아닙니다.

    연락을 끊겠다고 결정한 것도 아닙니다.

    한 달이 석 달이 되고, 석 달이 일 년이 됩니다.
    가끔 안부를 묻지만 다시 예전처럼 자주 만나지는 않습니다.

    책상 서랍을 정리하다 오래된 명함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이름을 보는 순간 얼굴이 떠오릅니다.
    한동안 자주 만나고 전화도 많이 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언제 만났는지는 쉽게 생각나지 않습니다.

    명함을 버릴까 하다가 다시 서랍에 넣습니다.

    그 사람과 관계가 나빠진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서로의 하루에서 차지하던 자리가 달라졌습니다.

    모든 관계가 같은 모습으로 평생 이어지기는 어렵습니다.

    함께 일할 때 가까웠던 사람은 그 시절의 하루를 함께 보낸 사람이고, 아이들이 어릴 때 자주 만났던 이웃은 그때의 생활을 함께 나눈 사람입니다.

    생활이 달라지면 만남의 간격도 달라집니다.

    연락처의 숫자와 지금 내 곁의 사람 숫자가 달라지는 것은 살아온 시간이 관계에 남긴 흔적이기도 합니다.

    만남이 끝난 뒤의 마음을 보게 된다

    젊을 때는 불편한 자리에서도 제법 오래 앉아 있었습니다.

    대화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웃으며 넘겼고 모임에 빠지는 것이 더 신경 쓰여 내키지 않아도 나가는 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만남이 끝난 뒤에 남는 것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두 시간을 만나고 돌아왔는데 집에 와서도 내가 한 말이 마음에 걸립니다.
    괜히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의 사정을 오래 듣고 온 날에는 집에 돌아와서도 그 이야기가 머릿속에 남습니다.

    누군가의 생활 이야기를 듣다가 나도 모르게 내 형편과 비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습니다.

    만남은 끝났는데 그 자리의 기분은 저녁까지 따라옵니다.

    반대로 별것 아닌 이야기를 하고 돌아왔는데 마음이 편한 사람도 있습니다.

    무엇을 증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헤어진 뒤 그 사람이 했던 말을 다시 해석할 필요도 없습니다.

    식당을 나서면서 다음에 또 보자는 말이 의례적인 인사가 아니라 정말 그렇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차이를 여러 번 겪고 나면 약속을 잡는 기준이 달라집니다.

    누가 더 도움이 되는 사람인가보다 만나고 돌아온 뒤 내 하루가 어떤지를 보게 됩니다.

    사람을 계산해서가 아닙니다.

    경험이 쌓이면서 내 마음이 편한 관계와 오래 힘이 드는 관계를 조금씩 구별하게 된 것입니다.

    사람을 만나기 싫어진 것과 불편한 만남을 예전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게 된 것은 같은 일이 아닙니다.

    약속 없는 오후가 좋아진다

    예전에는 주말에 약속이 없으면 허전할 때가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만나야 할 것 같고 집에만 있으면 하루를 제대로 보내지 못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크게 내키지 않는 자리에도 나갔습니다.

    한 번 얻어먹었으니 다음에는 내가 사야 하고, 지난번에 참석했으니 이번에도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 내 일을 챙겼으니 나도 그 사람의 일을 챙겨야 한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이런 주고받음이 관계를 이어주는 힘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모든 관계를 같은 힘으로 유지할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한 달에 쓸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하루에 다른 사람에게 내어줄 수 있는 마음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토요일 오후에 아무 일정이 없는 날이 있습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설거지를 해놓습니다.
    미뤄둔 서랍 하나를 정리하고 커피를 내려 창가에 앉습니다.

    누구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도 없고 몇 시까지 어디에 가야 한다는 약속도 없습니다.

    잠깐 동네를 걷고 돌아왔는데 아직 저녁까지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하루를 심심하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아무 일도 없는 시간이 비어 있는 시간이 아니라 내 속도대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됩니다.

    그 시간을 좋아하게 되면 약속 하나의 무게도 달라집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싫어서가 아니라 혼자 보내는 시간 역시 충분히 좋은 시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관계라고 늘 편한 것은 아니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을 만나면 설명할 것이 적습니다.

    젊었을 때의 나를 알고 있고 어떤 시절을 지나왔는지도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오래된 사람이 주는 편안함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오래됐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관계가 편안한 것은 아닙니다.

    사람은 변합니다.

    생활도 변하고 관심도 달라집니다.

    예전에는 몇 시간을 이야기해도 부족했던 사이가 이제는 한 시간쯤 지나면 대화가 자꾸 과거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그때 너 기억나?”

    처음에는 함께 웃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오래전의 내가 지금의 나보다 더 크게 자리 잡을 때가 있습니다.

    늘 들어주던 사람은 다시 듣는 사람이 되고, 분위기를 맞추던 사람은 또 분위기를 맞춥니다.

    누군가 가볍게 말합니다.

    “너는 옛날부터 그랬잖아.”

    웃으며 넘기지만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 말이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나는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 앞에서는 오래전 자리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듭니다.

    상대가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닙니다.

    사람은 변했는데 관계의 방식은 예전 자리에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때 관계를 끝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주 만나던 사람을 가끔 만나도 되고, 긴 시간을 보내던 사람과 짧게 차 한 잔만 마셔도 됩니다.

    관계를 이어간다는 것이 반드시 예전과 똑같이 지낸다는 뜻은 아닙니다.

    평범한 질문도 다르게 들릴 때가 있다

    중년 이후의 만남에는 각자 살아온 시간이 함께 들어옵니다.

    누군가는 일을 계속하고 있고 누군가는 일을 마쳤습니다.
    누군가는 새로운 일을 시작했고 누군가는 한동안 쉬고 있습니다.

    사는 곳도 달라지고 하루를 보내는 모습도 달라집니다.

    예전에는 비슷한 생활을 하던 사람들의 사정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벌어집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이 묻습니다.

    “요즘 뭐 하고 지내?”

    아주 평범한 질문입니다.

    그런데 대답하기 쉬운 날도 있고 잠깐 생각하게 되는 날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여행 이야기를 합니다.

    즐겁게 듣다가 문득 나는 마지막으로 어디를 다녀왔는지 생각합니다.

    누군가 새로 시작한 일을 이야기합니다.

    축하해주면서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떠올리게 됩니다.

    상대가 나를 비교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다른 사람의 생활을 통해 내 생활을 바라보게 되는 순간이 생깁니다.

    그 일이 반복되면 어떤 자리는 조금 피곤해집니다.

    여기서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왜 그 자리에서 편하지 않았는지를 가만히 돌아보면 됩니다.

    질문 때문이었는지, 반복되는 비교 때문이었는지, 지금의 내 사정을 설명하는 일이 부담스러웠는지에 따라 같은 관계도 다르게 보입니다.

    사람이 싫은 것과 그 사람을 만날 때 반복되는 어떤 방식이 힘든 것은 다릅니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남는다

    오래 살수록 말이 잘 통하는 사람보다 설명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편할 때가 있습니다.

    좋은 일이 있을 때 크게 보이려고 하지 않아도 되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입니다.

    서로의 형편을 자세히 캐묻지 않습니다.

    잠시 말이 끊겨도 서둘러 다른 이야기를 찾지 않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굳이 다른 곳으로 옮겨 더 오래 앉아 있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보자.”

    그 말에 섭섭해하지 않습니다.

    다음 약속을 바로 정하지 않아도 관계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과는 식사를 하면서 계속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야 합니다.

    침묵이 생기면 어색해집니다.

    반면 어떤 사람과는 잠시 창밖을 보아도 괜찮습니다.

    그 짧은 침묵이 대화의 빈자리가 아니라 함께 있는 시간의 일부가 됩니다.

    50대 이후 만나고 싶은 사람이 줄어드는 데에는 이런 변화도 있습니다.

    관계에서 원하는 것이 복잡해지기보다 오히려 단순해집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보다 편안하게 함께 있을 수 있는지가 중요해집니다.

    시간을 바라보는 마음도 달라진다

    하루는 여전히 스물네 시간입니다.

    50대가 되었다고 시간이 갑자기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달라지는 것은 시간을 바라보는 마음입니다.

    예전에는 다음 달도, 내년도 지금과 비슷하게 이어질 것처럼 살았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조금 미뤄도 괜찮았고 마음이 내키지 않는 자리에 오후 하나를 쓰는 것도 크게 아깝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달력이 넘어가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계절이 한 번 지나갔는데 하려고 했던 일을 시작하지 못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지난해에도 만나자고 했던 사람과 올해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정리하겠다고 마음먹은 방 한쪽은 그대로입니다.

    그때부터 하루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오후를 사용하면 그 시간에는 다른 일을 할 수 없습니다.

    혼자 쉬는 시간도, 가족과 밥을 먹는 시간도, 오래 미뤄둔 일을 하는 시간도 같은 하루 안에 있습니다.

    그래서 약속 하나를 잡을 때 예전보다 생각이 많아집니다.

    이 사람을 만나고 싶은가.

    아니면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두 질문은 비슷해 보이지만 답은 다를 때가 있습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 줄어든 것은 시간이 부족해졌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내 시간을 어디에 쓰고 싶은지가 조금 더 분명해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혼자가 편한 것과 사람이 필요 없는 것은 다르다

    “요즘은 혼자가 편해.”

    이 말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혼자 밥을 먹는 것이 편하고 주말에 약속이 없는 것도 좋습니다.

    그렇다고 사람을 전혀 만나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루 종일 아무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으면 휴대전화를 한번 확인하게 되는 날도 있습니다.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누구에게 말할지 떠올려보기도 합니다.

    길을 걷다가 예전에 함께 왔던 장소를 지나면 문득 그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집니다.

    사람 마음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누군가가 그리울 수 있습니다.

    모임은 귀찮으면서도 오랫동안 연락이 없으면 서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덜 만나는 생활을 무조건 좋은 변화라고 말하기도 어렵고, 관계가 줄었다고 외로운 생활이라고 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숫자보다 지금의 생활이 내게 어떤 느낌을 주는가입니다.

    약속을 줄인 뒤 하루가 편안해졌다면 그 변화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반대로 사람을 만나지 않는 날들이 이어지면서 마음 한쪽이 오래 허전하다면 그것 또한 지금의 관계를 바라보게 하는 한 장면입니다.

    숫자로는 그 차이를 알 수 없습니다.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서 기다리고 있을 때가 있다

    연락이 줄어든 데에는 조금 다른 모습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생각나는 사람이 있으면 전화를 걸었습니다.

    별일이 없어도 밥을 먹었느냐고 물었고 근처에 왔다며 잠깐 얼굴을 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전화기를 들었다가 내려놓을 때가 있습니다.

    아직 일하고 있을까.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은 아닐까.

    괜히 바쁜 사람을 붙잡는 것은 아닐까.

    상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서로 방해하지 않으려고 기다리는 동안 연락이 뜸해집니다.

    한쪽에서는 ‘요즘 연락이 없네’라고 생각하고 다른 쪽에서도 똑같은 생각을 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 한 사람이 먼저 메시지를 보냅니다.

    “잘 지내지?”

    길지 않은 한마디입니다.

    그런데 답장은 생각보다 빨리 옵니다.

    “그러게. 나도 연락하려고 했어.”

    관계가 멀어진 줄 알았는데 단지 둘 다 먼저 연락하지 않았던 경우도 있습니다.

    50대 이후 관계가 줄어드는 이유를 모두 마음의 변화에서만 찾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생활이 달라졌고 연락하는 습관도 달라졌습니다.

    만나는 횟수가 줄었다고 마음의 거리까지 같은 만큼 멀어진 것은 아닙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 줄었다면

    오랜만에 온 연락을 보고 한참 뒤에 답장을 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예전의 나라면 바로 약속을 잡았을 텐데 왜 이러나 싶습니다.

    혹시 내가 너무 무심해진 것은 아닌지, 사람들과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 연락처의 숫자보다 최근에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려봅니다.

    누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 가벼웠는지.

    누구 앞에서는 자꾸 나를 설명해야 했는지.

    누구와 있을 때 시계를 자주 보지 않았는지.

    어떤 약속은 취소됐을 때 마음 한쪽이 편해졌는지.

    그 장면들 속에 지금 내가 원하는 관계의 모습이 들어 있습니다.

    사람을 오래 알았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가까워야 하는 것도 아니고 자주 만나지 않는다고 관계가 끝난 것도 아닙니다.

    한 달에 한 번 만나도 기다려지는 사람이 있고 자주 만나도 피곤한 사람이 있습니다.

    50대 이후 관계에서 달라지는 것은 사람의 숫자만이 아닙니다.

    사람에게 내어줄 수 있는 시간과 마음을 바라보는 기준도 함께 달라집니다.

    그래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줄어드는 일을 너무 빨리 쓸쓸함이라고 이름 붙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몇 사람만 남기고 다른 관계를 모두 정리해야 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모든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조금씩 알게 된 것에 가깝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주 만나고, 어떤 사람은 가끔 안부만 묻습니다.

    몇 년 만에 만나도 어제 본 사람처럼 이야기를 이어가는 사이도 있습니다.

    관계마다 맞는 거리가 다릅니다.

    토요일 오전에 도착했던 메시지를 다시 봅니다.

    답장을 쓰기 전에 잠깐 망설였던 그 사람입니다.

    이번에는 달력을 열어봅니다.

    다음 주에는 조금 바쁘고, 그다음 주 토요일 오후는 비어 있습니다.

    잠시 생각하다 답장을 보냅니다.

    “그날 오후는 어때?”

    모든 사람을 만나고 싶지는 않아졌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만나고 싶은 사람은 있습니다.

    달라진 것은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의 크기가 아닙니다.

    이제는 그 마음을 누구와 어떤 시간 속에 오래 두고 싶은지, 전보다 조금 더 분명하게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