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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문하지 않은 택배가 왔다

    내가 주문한 것이 아닌데

    토요일 오전이었습니다.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아내가 주방에 있어서 제가 현관으로 나갔습니다.

    문을 열자 택배 기사가 작은 상자 하나를 내려놓고 있었습니다.

    “택배 왔습니다.”

    상자를 받아 들었습니다.

    크지도 무겁지도 않았습니다.

    “당신 뭐 샀어?”

    주방을 향해 물었습니다.

    “아니요.”

    “택배 왔는데?”

    “당신 거 아니에요?”

    “내가 산 게 없는데.”

    식탁 위에 상자를 올려놓고 송장을 봤습니다.

    이름은 제 이름이었습니다.

    주소도 맞았습니다.

    전화번호 끝 네 자리도 제 번호였습니다.

    며칠 전 휴대전화로 무언가를 보다가 주문했나 싶었습니다.

    쇼핑몰 주문 내역을 열어봤습니다.

    없었습니다.

    카드 사용 내역도 확인했습니다.

    그쪽에도 없었습니다.

    아내가 행주에 손을 닦으며 주방에서 나왔습니다.

    “보낸 사람은요?”

    송장에는 처음 보는 업체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생활용품을 파는 곳 같았습니다.

    “모르는 데야.”

    “그럼 잘못 온 거 아니에요?”

    “내 이름으로 왔잖아.”

    아내도 송장을 들여다봤습니다.

    “주소도 맞네.”

    둘이 상자를 앞에 두고 잠깐 서 있었습니다.

    “일단 뜯어봐요.”

    “남의 물건이면?”

    “당신 이름으로 왔는데 무슨 남의 물건이에요.”

    가위를 가져왔습니다.

    테이프를 자르고 상자를 열었습니다.

    안에는 전기주전자 하나가 들어 있었습니다.

    아내가 먼저 말했습니다.

    “주전자네.”

    새 제품이었습니다.

    포장 비닐도 뜯지 않은 채였습니다.

    우리는 잠깐 서로 얼굴을 봤습니다.

    전기주전자라면 이미 있었습니다.

    싱크대 한쪽에 오래된 것이 하나 놓여 있었습니다.

    손잡이 아래쪽에 금이 가 검은 테이프를 감아놓기는 했지만 아직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새 주전자를 보다가 저를 봤습니다.

    “혹시 당신이 주문하고 잊어버린 거 아니에요?”

    “아니라니까.”

    “저거 바꾸자고 몇 번 말했잖아요.”

    “당신이 말했지. 내가 산다고 했어?”

    “그건 아니고.”

    상자 안을 다시 살폈습니다.

    제품 밑에 작은 종이 한 장이 끼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사용설명서인 줄 알았습니다.

    꺼내 보니 손으로 쓴 메모였습니다.

    ‘그날 커피 잘 마셨습니다.’

    그게 전부였습니다.

    이름도 없었습니다.

    아내가 제 손에 든 메모를 읽었습니다.

    “누구예요?”

    “그러니까.”

    저도 다시 읽어봤습니다.

    그날 커피 잘 마셨습니다.

    “최근에 누구한테 커피 타줬어요?”

    “글쎄.”

    “집에 온 사람 생각해봐요.”

    그제야 최근에 집에 왔던 사람들을 하나씩 떠올려봤습니다.

    많지는 않았습니다.

    요즘은 사람을 만나도 밖에서 보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집으로 찾아오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휴대전화의 최근 통화 목록도 내려봤습니다.

    몇 사람의 이름이 나왔습니다.

    그중 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너 혹시 나한테 뭐 보냈냐?”

    “뭘?”

    “주전자.”

    “아니. 갑자기 웬 주전자야?”

    “아니면 됐어.”

    전화를 끊었습니다.

    아내가 물었습니다.

    “아니래요?”

    “응.”

    “사람들한테 하나씩 다 전화해볼 거예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것도 우스웠습니다.

    누가 보냈는지 찾겠다고 아는 사람들에게 주전자를 보냈느냐고 전화를 돌릴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냥 놔둬요. 보낸 사람이 연락하겠죠.”

    상자는 식탁 한쪽으로 밀어두었습니다.

    한번 궁금해지고 나니 지나갈 때마다 눈이 갔습니다.

    선물을 받았는데 고맙다고 할 사람을 모른다는 것도 이상했습니다.

    오후가 되자 아내가 상자에서 새 주전자를 꺼냈습니다.

    “이거 그냥 쓰면 안 돼요?”

    “잠깐 놔둬봐.”

    “왜요?”

    “누가 보낸 건지는 알아야지.”

    “알면 물이 더 잘 끓어요?”

    제가 쳐다보자 아내가 웃었습니다.

    “알았어요. 안 쓸게요.”

    새 주전자는 다시 상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날 커피 잘 마셨습니다

    저녁 무렵 커피를 마시려고 주방으로 갔습니다.

    낡은 주전자에 물을 받았습니다.

    손잡이를 잡는 순간 검은 테이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때 몇 주 전 일이 생각났습니다.

    오래 알고 지낸 친구 하나가 집에 왔었습니다.

    예전에는 자주 만났는데 요즘은 두어 달에 한 번 얼굴을 보면 많이 보는 편이었습니다.

    그날도 특별한 약속을 하고 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근처에 볼일이 있어 왔다가 생각나서 들렀다고 했습니다.

    제가 커피를 끓였습니다.

    친구가 식탁에 앉아 있다가 주전자를 보더니 물었습니다.

    “형, 이거 아직도 써?”

    “왜?”

    “손잡이가 왜 이래?”

    “조금 깨졌어.”

    “조금 깨진 게 아니라 테이프까지 감았구먼.”

    “물 끓이는 데는 문제없어.”

    친구가 주전자를 들어 손잡이 쪽을 살펴봤습니다.

    “이러다 뜨거운 물 쏟으면 어쩌려고 그래.”

    “안 쏟아.”

    “하나 사. 얼마 한다고.”

    “네가 사주든가.”

    제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친구도 웃었습니다.

    옆에 있던 아내가 한마디 했습니다.

    “내가 바꾸자고 해도 말을 안 들어요.”

    친구가 바로 아내 편을 들었습니다.

    “형수님, 그냥 버리세요. 안 버리니까 계속 쓰는 겁니다.”

    “내 물건을 왜 마음대로 버려.”

    그때는 셋이 웃고 말았습니다.

    곧 다른 이야기가 시작됐고 주전자는 더 이상 화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 장면이 떠오르자 휴대전화를 들었습니다.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너 혹시 나한테 주전자 보냈냐?’

    곧바로 답은 오지 않았습니다.

    휴대전화를 식탁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저녁 준비를 하던 아내가 물었습니다.

    “그 친구한테 물어봤어요?”

    “문자 보냈어.”

    “뭐래요?”

    “아직.”

    잠시 뒤 문자 알림이 울렸습니다.

    친구였습니다.

    ‘갔어?’

    그 짧은 답을 보는 순간 알았습니다.

    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친구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네가 보낸 거야?”

    “갔으면 됐네.”

    “야, 이걸 왜 보냈어?”

    “형이 사달라며.”

    “내가 언제?”

    “기억도 안 나?”

    잠깐 생각하다가 웃음이 나왔습니다.

    “야, 그건 농담으로 한 말이지.”

    “나는 진담으로 들었는데?”

    “누가 커피 한 잔 얻어먹고 주전자를 보내냐.”

    “커피 때문에 보낸 거 아니야.”

    “그럼?”

    “그날 형이 물 따르는데 손잡이가 흔들리더라.”

    저도 모르게 싱크대 쪽을 봤습니다.

    검은 테이프를 감아놓은 주전자가 그대로 있었습니다.

    친구가 말을 이었습니다.

    “형은 맨날 쓰니까 모르겠지만 나는 오랜만에 봤잖아. 저걸 아직도 쓰나 싶더라고.”

    “물은 잘 끓어.”

    “물이 끓는 게 문제가 아니라 손잡이가 깨졌잖아.”

    “안 떨어져.”

    “떨어지고 나서 바꾸려고?”

    옆에서 듣고 있던 아내가 물었습니다.

    “그 친구예요?”

    제가 휴대전화를 잠깐 떼고 대답했습니다.

    “응. 맞아.”

    아내가 전화기 쪽으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잘하셨어요. 내가 그렇게 바꾸자고 해도 안 바꿔요.”

    친구가 웃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거봐. 형수님도 내 편이잖아.”

    “둘이 아주 잘한다.”

    “형, 새것 써. 옛날 것은 버리고.”

    “알았어.”

    “알았다고만 하지 말고 진짜 버려.”

    “내가 알아서 해.”

    전화를 끊었습니다.

    아내가 기다렸다는 듯 상자를 열었습니다.

    새 주전자를 꺼내며 말했습니다.

    “잘됐네. 이제 저건 버리면 되겠네.”

    싱크대에 있던 낡은 주전자를 가리켰습니다.

    저도 그쪽을 봤습니다.

    “그래야겠지.”

    그때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아내가 새 주전자를 씻었습니다.

    물을 한 번 가득 받아 끓였다가 버리고 다시 헹궜습니다.

    낡은 주전자는 싱크대 구석으로 밀려났습니다.

    새것이 있는데도

    다음 날 아침 새 주전자를 처음 사용했습니다.

    물을 받고 스위치를 눌렀습니다.

    며칠 동안은 자연스럽게 새것을 썼습니다.

    낡은 주전자는 싱크대 구석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버리지도 않았고 다시 쓸 생각을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어느 아침이었습니다.

    아직 잠이 덜 깬 채 주방으로 나왔습니다.

    주전자를 집어 물을 받고 스위치를 눌렀습니다.

    식탁에 있던 아내가 저를 보더니 말했습니다.

    “그걸 왜 써요?”

    그제야 손에 잡은 것을 봤습니다.

    낡은 주전자였습니다.

    저도 웃었습니다.

    “그냥 집었네.”

    “새것이 바로 옆에 있는데?”

    “손에 먼저 잡혔어.”

    “그러니까 저걸 버려야 한다니까.”

    “나중에.”

    “언제요?”

    “못 쓰게 되면.”

    아내가 주전자 손잡이를 가리켰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못 쓰게 생겼어요.”

    “물은 잘 끓잖아.”

    말하고 나니 며칠 전 친구에게 했던 말과 똑같았습니다.

    아내는 더 말하지 않았습니다.

    잠시 뒤 물이 끓었습니다.

    컵에 물을 붓다가 손잡이를 한 번 더 단단히 잡았습니다.

    그날 오후 낡은 주전자를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언제 샀는지는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어디에서 샀는지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누가 선물한 물건도 아니었습니다.

    대단한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이거 언제 산 건지 기억나?”

    아내가 주전자를 봤습니다.

    “아니요.”

    “당신이 산 거 아니야?”

    “내가요?”

    “나는 산 기억이 없는데.”

    “나도 없어요.”

    “그럼 누가 샀지?”

    “둘 중 하나가 샀겠죠.”

    아내가 웃었습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해요?”

    “아니. 그냥 궁금해서.”

    그것으로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며칠이 더 지났습니다.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다른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친구가 물었습니다.

    “참, 주전자는 잘 써?”

    “응.”

    “옛날 것은 버렸고?”

    “아직.”

    친구가 웃었습니다.

    “설마 아직도 쓰는 건 아니지?”

    “가끔.”

    “형은 진짜 이상하다.”

    “뭐가.”

    “새것이 있는데 왜 깨진 걸 계속 써?”

    “멀쩡한 걸 왜 버려.”

    “또 멀쩡하대.”

    잠시 뒤 친구가 말했습니다.

    “근데 형, 그 주전자 진짜 오래됐다.”

    “그런가?”

    “내가 옛날에 형네 집 자주 들락거릴 때도 그걸로 커피 끓였잖아.”

    “그때도 저거였나?”

    “그랬던 것 같은데.”

    저도 기억을 더듬어봤습니다.

    친구가 우리 집에 자주 오던 때가 있었습니다.

    약속을 따로 잡지 않아도 근처를 지나다가 들르곤 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가기도 했고 커피 한 잔만 마시고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때도 있었던 것 같네.”

    “그럼 더 오래됐네.”

    “그렇겠지.”

    “그러니까 버려.”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 얘기가 왜 또 거기로 가.”

    친구도 웃었습니다.

    오늘은 내가 버린다

    주말에 그 친구가 근처에 볼일이 있다며 집에 들렀습니다.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오더니 주방 쪽을 한번 봤습니다.

    새 주전자와 낡은 주전자가 여전히 나란히 놓여 있었습니다.

    친구가 걸음을 멈췄습니다.

    “형.”

    “왜.”

    “설마 저거 아직도 쓰는 거야?”

    “가끔.”

    친구가 낡은 주전자의 손잡이를 잡아봤습니다.

    들뜬 테이프를 손가락으로 눌렀습니다.

    “이거 봐. 더 벌어졌잖아.”

    “괜찮아.”

    “뭐가 괜찮아.”

    친구가 주전자를 들어 올렸습니다.

    “안 되겠다. 오늘은 내가 버린다.”

    “놔.”

    제 입에서 바로 말이 나왔습니다.

    친구가 저를 봤습니다.

    “왜?”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냥 놔.”

    “이유가 뭐야?”

    “내 물건이잖아.”

    친구는 잠깐 저를 보더니 주전자를 내려놓았습니다.

    “알았어. 형 마음대로 해.”

    제가 새 주전자에 물을 받았습니다.

    친구가 그 모습을 보고 웃었습니다.

    “그래도 커피는 새것으로 끓여주네.”

    “손님이니까.”

    “새것으로 끓이면 맛이 좀 다른가?”

    “똑같아.”

    “내가 사준 거라 더 맛있을 텐데.”

    “네가 무슨 주전자 장인이냐.”

    친구가 웃었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나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친구는 요즘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뻐근하다고 했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많이 걸으라는 말을 들었다며 휴대전화를 꺼내 하루 걸음 수를 보여줬습니다.

    저도 제 휴대전화를 꺼냈습니다.

    누가 더 많이 걷느냐를 비교하다가 지난주에는 어디를 걸었는지, 동네에 새로 생긴 산책길은 어떤지 한참 이야기했습니다.

    주전자 이야기는 다시 나오지 않았습니다.

    친구는 두 시간쯤 있다가 돌아갔습니다.

    테이프를 다시 떼었다

    며칠 뒤 아침이었습니다.

    낡은 주전자에 물을 받으려다가 손잡이의 테이프가 다시 들뜬 것을 봤습니다.

    끝부분이 손가락에 걸렸습니다.

    서랍을 열었습니다.

    검은 테이프를 꺼냈습니다.

    가위로 한 조각을 잘랐습니다.

    주전자를 식탁 위에 놓고 들뜬 부분을 눌러 한 바퀴 감았습니다.

    두 번째를 감으려다가 손을 멈췄습니다.

    아내가 주방을 지나가다가 저를 봤습니다.

    이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아무 말 없이 방금 감은 테이프를 다시 떼었습니다.

    “버리게요?”

    아내가 물었습니다.

    “그래야겠지.”

    “갑자기?”

    “갑자기는 아니지.”

    코드를 감았습니다.

    주전자를 들고 현관으로 나갔습니다.

    문 앞에 내려놓고 돌아서려다가 한번 봤습니다.

    손잡이에는 오래 붙어 있던 검은 테이프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아내가 안에서 물었습니다.

    “뭐 해요?”

    “들어가.”

    문을 닫았습니다.

    한 시간쯤 뒤 외출하려고 문을 열었습니다.

    주전자는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 옆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오후에 돌아왔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우리 집 문 앞이 먼저 보였습니다.

    주전자는 없었습니다.

    집에 들어가 신발을 벗었습니다.

    “주전자 없어졌네.”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그래요?”

    “누가 치웠나 봐.”

    “그랬겠죠.”

    아내는 하던 일을 계속했습니다.

    저도 더 말하지 않았습니다.

    주방에는 새 주전자 하나만 남았습니다.

    며칠 뒤 친구가 근처에 왔다며 전화를 했습니다.

    “형, 집이야?”

    “응.”

    “잠깐 들러도 돼?”

    “와.”

    십여 분 뒤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친구가 들어와 외투를 벗어 의자에 걸고 식탁에 앉았습니다.

    “커피 한 잔 줘.”

    “오자마자 커피부터 찾냐.”

    “그거 얻어먹으려고 주전자까지 사줬는데.”

    제가 웃으며 주방으로 갔습니다.

    새 주전자에 물을 받았습니다.

    친구가 주방 쪽을 보다가 말했습니다.

    “어?”

    “왜.”

    “옛날 거 없어졌네.”

    “버렸어.”

    친구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잘했네.”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커피 한 잔 마실 거지?”

    “그거 얻어먹으려고 왔다니까.”

    물이 끓었습니다.

    커피 두 잔을 만들어 식탁으로 가져갔습니다.

    친구가 한 모금 마시더니 저를 봤습니다.

    “형.”

    “왜.”

    “주전자는 좋아졌는데 커피 맛은 그대로네.”

    “그럼 마시지 마.”

    “공짜니까 마셔야지.”

    친구가 다시 컵을 들었습니다.

    한동안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돌아갈 시간이 되자 친구가 빈 컵을 싱크대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잘 마셨어.”

    “다음에는 네가 사 와.”

    “뭘?”

    “커피.”

    “주전자까지 사줬으면 됐지.”

    친구가 웃으며 현관으로 갔습니다.

    문을 닫고 돌아오니 아내가 싱크대에 놓인 컵을 씻고 있었습니다.

    컵을 엎어놓고 새 주전자를 옆으로 조금 밀었습니다.

    “이제 이것도 제법 익숙해졌네.”

    “그러게.”

    다음 날 아침 주방으로 나왔습니다.

    주전자에 물을 받았습니다.

    스위치를 눌렀습니다.

    물이 끓는 동안 컵을 꺼내 커피를 담았습니다.

    잠시 뒤 스위치가 올라갔습니다.

    주전자를 들어 컵에 물을 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