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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멘트 한 포대는 몇 사람의 일을 움직였을까

    공사장 한쪽에 시멘트 포대가 쌓여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종이포대 겉에는 회사 이름과 제품명이 찍혀 있었고, 안에는 회색 가루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것을 들어 나르는 사람에게 시멘트는 무거운 물건이었고, 미장하는 사람에게는 물과 모래를 섞어 써야 하는 재료였습니다.

    공장을 짓는 사람에게도 필요했고, 집을 짓는 사람에게도 필요했습니다.

    도로와 다리에도 들어갔고, 학교와 창고와 공장에도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시멘트 한 포대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질문 하나가 생깁니다.

    이 한 포대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몇 사람이 일을 했을까.

    포대를 만든 사람만 생각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회색 가루가 어디에서 왔는지 거꾸로 따라가야 합니다.

    한 포대의 시작은 산에 있었다

    시멘트공장보다 먼저 만나는 곳은 산입니다.

    석회석이 있는 곳을 찾는 사람이 있고, 돌을 캐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발파가 필요했고 굴착장비가 움직였습니다.

    커다란 돌을 잘게 부수는 설비가 돌아갔고, 그것을 공장까지 옮기는 사람도 필요했습니다.

    공장에 들어왔다고 곧바로 시멘트가 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원료를 고르고 섞고 뜨거운 가마에서 구워야 했습니다.

    다시 식히고 갈아야 했습니다.

    기계를 운전하는 사람이 필요했고, 고장 난 설비를 고치는 사람도 있어야 했습니다.

    전기가 필요했고 연료가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시멘트가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시멘트 한 포대를 따라 산으로 올라갔을 뿐인데 벌써 광산과 운송과 기계와 전기와 시험이라는 서로 다른 일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만드는 사람 옆에는 확인하는 사람이 있었다

    공장은 물건을 많이 만드는 곳입니다.

    그러나 많이 만드는 것만으로 공장이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오늘 얼마나 생산할 것인지 정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원료가 얼마나 남았는지 살피는 사람이 있고 부족한 자재를 사들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기계를 점검하는 사람이 있고 제품의 상태를 확인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주문을 받고 출하시간을 정하고 차량을 배치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관리해야 하고 원가도 계산해야 합니다.

    사람도 관리해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회색 시멘트였지만 그 뒤에는 생산, 품질, 시험, 설비, 구매, 영업, 운송, 회계와 경영이 함께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특히 품질을 맡은 사람의 일은 조금 달랐습니다.

    생산하는 사람은 물건을 만들어야 하지만 품질을 맡은 사람은 때로 그 물건을 의심해야 했습니다.

    정해진 기준에 맞지 않는다면 생산이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그냥 내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콘크리트를 만드는 사람 옆에는 콘크리트를 의심하는 사람도 필요했습니다.

    그 의심은 일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대로 된 물건을 계속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시멘트를 따라갔더니 발전소가 나왔다

    여기서 시멘트와 조금 떨어져 보이는 곳으로 가보겠습니다.

    석탄을 태워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입니다.

    석탄을 태우고 나면 재가 남습니다.

    그 가운데 미세한 재를 포집해 품질을 갖추도록 관리한 플라이애시는 콘크리트에 사용되는 재료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실제 도로와 교량용 콘크리트에도 플라이애시를 사용한 배합이 적용되어 왔습니다.1)

    한쪽에서는 전기를 만들고 남은 것이 다른 쪽에서는 다시 재료가 된 것입니다.

    그러자 시멘트에서 시작했던 길이 석탄과 발전소로 이어집니다.

    석탄을 공급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발전소를 운영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재를 모으고 저장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것을 필요한 곳까지 운반하는 일도 필요했습니다.

    시멘트 한 포대를 들여다보다가 어느새 발전소까지 와버렸습니다.

    이번에는 제철소가 나타났다

    철을 만드는 곳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제철 과정에서 생기는 고로슬래그 역시 적절하게 가공하면 콘크리트에 사용되는 재료가 됩니다.

    플라이애시와 고로슬래그 미분말은 실제 건설공사의 품질관리 대상 재료로 다뤄지고 있습니다.2)

    철을 만드는 산업과 콘크리트를 만드는 산업이 서로 전혀 떨어져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제철소에서 나온 물질이 가공되고 검사되고 저장되고 운반되어 다시 콘크리트와 만났습니다.

    여기쯤 오면 처음의 시멘트 포대는 보이지도 않습니다.

    광산이 나왔습니다.

    발전소가 나왔습니다.

    제철소가 나왔습니다.

    기계공장이 있었고 운송업이 있었습니다.

    시멘트를 포대에 담던 시절에는 포장재를 만드는 산업도 필요했습니다.

    시멘트 한 포대 안에 이 모든 산업이 들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 모든 산업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공장을 떠난 뒤에도 일이 끝나지 않았다

    이제 방향을 바꾸어 보겠습니다.

    시멘트가 만들어지기 전을 거슬러 올라갔다면 이번에는 만들어진 시멘트가 어디로 가는지를 따라가겠습니다.

    그중 한 곳이 레미콘공장입니다.

    그곳에는 시멘트만 들어오는 것이 아닙니다.

    모래와 자갈이 들어옵니다.

    물이 필요하고 콘크리트의 성질을 조절하기 위한 재료도 들어옵니다.

    이것들을 정해진 비율에 따라 계량하고 섞어야 합니다.

    여기에도 생산하는 사람이 있고 시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골재의 상태가 달라지면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재료에 들어 있는 물의 양이 달라지면 실제 배합도 영향을 받습니다.

    생산하는 사람에게는 일정한 시간에 필요한 물량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품질을 맡은 사람에게는 다른 문제가 보입니다.

    제대로 만들어졌는가.

    정해진 조건을 만족하는가.

    사용해도 되는가.

    같은 공장에서 일하지만 바라보는 곳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빨리 보내야 하는 사람과 멈춰 세워야 하는 사람

    주문이 몰리는 날에는 공장이 바쁩니다.

    차량이 계속 들어오고 나갑니다.

    한 차량이 늦어지면 다음 차량의 시간에도 영향을 줍니다.

    현장에서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펌프카가 준비되어 있고 사람이 기다리고 있으며 한번 시작한 타설을 계획대로 이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생산은 빨리 보내야 합니다.

    현장은 제시간에 받아야 합니다.

    경영은 원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품질을 맡은 사람은 때로 이 흐름을 멈춰 세워야 합니다.

    기준에 맞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면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눈을 감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생산은 속도를 보았고 품질은 기준을 보았습니다.

    둘 가운데 하나가 없어도 공장은 제대로 돌아가기 어렵습니다.

    빨리 만드는 것과 제대로 만드는 것은 서로 싸우기 위해 존재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두 가지를 함께 지켜내는 것이 산업의 일이었습니다.

    레미콘차가 공장 문을 나섰다

    배합을 마친 레미콘을 실은 차량이 공장을 출발합니다.

    이쯤이면 모든 일이 끝난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지 않았습니다.

    레미콘은 공장에서 모양이 완성되어 포장되는 일반적인 공산품과 조금 달랐습니다.

    시멘트와 물이 만난 뒤에는 반응이 진행됩니다.

    차량이 달리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릅니다.

    여름과 겨울의 조건이 다르고 현장까지 가는 시간도 매번 같지 않습니다.

    교통이 막힐 때도 있습니다.

    공장에서 제대로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 현장에 도착한 순간의 상태까지 아무 확인 없이 받아들일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레미콘차가 현장에 도착하면 또 다른 사람이 기다립니다.

    현장에는 다시 시험하는 사람이 있었다

    차량이 도착했다고 곧바로 콘크리트를 붓는 것은 아닙니다.

    현장에서는 굳지 않은 콘크리트의 상태를 확인합니다.

    필요한 시험을 하고 시료를 채취합니다.

    이후 강도를 확인하기 위한 공시체도 만듭니다.

    공장에서 품질을 관리했는데 현장에서 왜 다시 확인해야 할까요.

    공장에서 확인한 것과 현장에서 지금 사용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완전히 같은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생산과 현장의 시간이 다시 만납니다.

    타설을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몇 분도 아깝습니다.

    콘크리트가 다루기 어려울 정도로 뻑뻑하면 작업도 힘들어집니다.

    그렇다고 작업하기 편하게 만들겠다고 현장에서 임의로 물을 더한다면 물-시멘트비가 달라집니다.

    시멘트의 양에 비해 물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처음 설계했던 콘크리트가 목표했던 강도와 내구성에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당장은 부드러워져 다루기 쉬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콘크리트는 오늘 붓고 오늘 끝나는 물건이 아닙니다.

    앞으로 오랫동안 그 자리에 남아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현장에도 확인하는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공장에서 시작된 의심은 공장 문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몇 분과 몇십 년이 마주치는 곳

    공사현장을 생각해보면 품질을 확인하는 사람의 자리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차량은 기다리고 있습니다.

    장비도 기다립니다.

    사람도 기다립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용은 늘어납니다.

    그런데 검사 결과가 좋지 않습니다.

    그때 누군가는 말해야 합니다.

    사용해도 되는가.

    아니면 멈춰야 하는가.

    몇 분의 공정과 앞으로 오랫동안 사용해야 할 구조물이 같은 자리에서 마주칩니다.

    도로와 다리, 터널과 철도처럼 한번 만들어 오랫동안 사용하는 구조물이라면 그 판단의 무게는 더욱 커집니다.

    콘크리트가 구조물 속에서 굳어버린 뒤에는 공장에서 만든 작은 제품처럼 불량품 하나만 꺼내 새것으로 갈아 끼우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품질은 마지막에 한 번 검사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재료를 고르는 데서 시작해 생산하고 운반하고 현장에서 확인하고 타설하고 굳히는 과정까지 여러 사람의 손을 차례로 지나갔습니다.

    한 사람의 일이 끝나는 곳에서 다른 사람의 책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시멘트 한 포대 뒤에는 사람이 있었다

    처음에는 시멘트 한 포대와 연결된 직업의 숫자를 세어보고 싶었습니다.

    열 개일까.

    오십 개일까.

    백 개가 넘을까.

    예전에 시멘트 한 포대가 수많은 일을 움직인다는 이야기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도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한 포대를 끝까지 따라와 보니 숫자 하나를 정하는 일이 오히려 어려워집니다.

    어디까지를 시멘트와 연결된 일이라고 보아야 하는지 경계가 계속 넓어지기 때문입니다.

    석회석을 캐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공장에서 시멘트를 만드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기계를 고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제품을 시험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주문을 받고 원가를 계산하고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발전소에서 나온 재를 다시 쓸 수 있는 재료로 만드는 일이 있었습니다.

    제철소에서 나온 물질을 가공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시멘트를 운반하는 사람이 있었고 레미콘을 만드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현장에는 도착한 콘크리트를 다시 확인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이 빨리 가려고 할 때 잠시 멈춰 세우는 사람도 필요했습니다.

    그것도 일이었습니다.

    오히려 아주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콘크리트가 도로가 되고 다리가 되고 철도가 되고 공장이 되었습니다.

    그 도로를 따라 다시 물건이 움직였습니다.

    그 철도를 따라 사람이 이동했습니다.

    새로운 공장에서는 또 다른 사람들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시멘트 한 포대가 몇 개의 직업을 만들었는지를 숫자 하나로 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한 포대의 시멘트를 따라갔을 뿐인데, 그 뒤에서 한 시대의 산업과 사람의 일이 함께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각주

    1. 한국도로공사 관련 콘크리트용 광물질 혼화재 품질자료에서는 플라이애시를 결합재로 사용하는 포장콘크리트와 플라이애시·고로슬래그 미분말을 함께 사용하는 고성능 콘크리트 적용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건설기술정보시스템(CODIL), 「콘크리트용 혼화재료 품질 잠정지침에 따른 시험비 설계반영 요청」.
    2. 건설공사 품질관리 자료에서는 플라이애시를 KS L 5405, 고로슬래그 미분말을 KS F 2563에 따라 시험·검사하도록 제시하고 있으며, 한국도로공사의 건설재료 품질기준에서도 시멘트·레미콘·플라이애시·고로슬래그 미분말 등을 각각 품질관리 대상으로 구분하고 있다. 건설기술정보시스템(CODIL),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 건설재료 품질기준」.